2014년 11월 24일 월요일

물질을 이루는 입자들의 발견에 대해서

  1.  주변을 관찰할 때 품을 수 있는 질문은 다양하다.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가? 이것은 진짜인가 가짜인가? 그리피스는 이것을 연극에 비유한다. 등장인물들은 누가 있는가? 캐릭터들 사이의 관계와 갈등은 무엇인가? 시나리오는 픽션인가 아니면 실화에 기초한 것인가?
     화학이나 입자물리학에 대한 개론서들은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4원소설은 빠질 수 없는 이야깃거리다. 비록 틀린 가설이지만 항상 등장하는 이유는 '시작'이라는 위대한 업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배우고 있는 과학은 틀린 가설과 실패들이 쌓아 올린 돌무더기 탑과 같다. 틀리든 맞든 돌을 놓은 이가 있어야 정답에 다가가는 이도 있는 법이다. 
     최신을 달리는 정답은 표준모형(standard model)이다. 여전히 완벽하지 않아서 부족한 부분들이 여러군데에서 나타났기 때문에 보수과정중에 있지만, 현재까지는 정답에 가장 근접했다고 할 수 있다. 이 모형에서는 그리 많지 않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우주라는 큰 스케일을 설명하는 이론치고는 상당히 적은 수라는 것이 신기하게 다가온다. 이 포스팅은 표준모형이라는 것에 대해 들어가기에 앞서 기본적인 입자들의 발견에 대한 이야기를 정리해보고자 한다.
     
  2. 전자의 발견( + 양성자와 중성자)
     전자의 발견에 대한 이야기 역시 고대부터 시작할 수 있지만, J.J.톰슨부터 시작해 보도록 하자. 이 시기는 이미 멘델레예프의 주기율표가 등장했다. 주기율표의 족과 주기에 따라 원소들의 유사성이 있다는 사실은 많은 이들로 하여금 세부구조의 가능성을 생각토록 했다. 쪼갤 수 없는 원자가 이토록 규칙적인 성질을 보인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따라서 원자내부의 구조를 규명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는 것은 주기율표가 가져다주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J.J.톰슨은 이러한 시기에 음극선을 발견하게 된다. 금속에 열을 가하면 의문의 선(ray)이 방출되는데, 자기장에 의해 휘는 방향을 보니 음의 전하를 가지고 있다. 그 휘는 정도를 이용해 비전하(e/m)을 측정해보니 여타 다른 이온들과 비교할 때 상당히 컸다. 음의 전하를 가진다는 것은 놀라운 사실이 아니지만, 비전하값은 충격적인 결과다. 너무크다. 이온들에 대한 측정결과에 비해 수천에서 수만배 크다. J.J.톰슨은 이 음극선이 특별한 입자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것이다. 그 이후 실험을 통해
    다른 종류의 금속들에게서 음극선을 방출시킨 후 비전하를 측정한 결과 그 값이 오차범위 내에서 동일하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이 결과는 전자가 원자의 구성요소라는 것을 지지해 주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모든 원자에 들어가 있는 입자라는 것이다. 원자는 매우 작기 때문에 현미경으로 들여다 보면서 정말 그 안에 정말 전자가 들어있는지 확인해 볼 수 없다. 이 정도 크기의 세계를 연구할 때는 간접적인 증거를 얻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따라서 여기까지 실험이 이루어졌을 때 사람들의 원자에 대한 이미지는 푸딩이었다. 양의 전하를 가진 푸딩 안에  음의 전하를 가진 작고 질량이 작은 전자가 박혀있는 모습이 그 당시에는 가장 최신을 달리는 멋진 정답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러더포드의 산란실험의 결과에 의해 사람들의 원자에 대한 이미지는 바뀌게 된다. 알파입자를 튕겨내는 것을 보아 원자 내의 양전하들은 작은 점에 집중되어 있는 것이 분명하다. 이 때 부터 양전하를 가지는 원자핵이 있고, 그 주변을 전자가 공전하는 궤도모형이 채택된다.
     양성자의 발견 이후 보어는 전자의 궤도 각운동량이 양자화되어 있다는 가설을 통해 수소 스펙트럼 에너지를 계산하게 되고, 이는 실험결과와 일치했다. 이 과정에서는 양성자와 전자가 동일한 전하값를 가지며, 그 전하값은 밀리컨이 측정한 기본전하 값이라는 가정이 들어가게 된다. 이를 통해 양성자와 전자의 질량을 계산할 수 있다. 스펙트럼 에너지를 동일하게 계산한 단계까지 이르렀을 때 사람들은 전자가 원소를 이루는 기본 입자중의 하나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양성자도 마찬가지다. 그 전까지는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가 부족한 느낌이 많았지만, 강력한 서포터가 생긴 셈이다. 이 후 양자역학에서도 전자의 질량과 전하값이 올바르게 예상되었음이 증명되었고, 지금까지도 전자를 원자의 구성요소라고 생각하고 있다. 양자역학에서 도입한 전자구름 모형은 반도체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매우 높은 정확성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맞는 이론이라고 생각되고 있다. (특수상대론을 적용할 필요가 없는 에너지에서는)
     이 과정은 양성자에게도 적용된다. 전자와 양성자는 서로의 발견과 이해에 빠질 수 없는 부분이다. 결과를 아는 입장에서는 당연하다. 둘이서 원자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후에 원자의 무게가 원자번호 * 양성자질량 을 곱한 것 보다 약 2배정도 무겁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이것은 중성자의 발견으로 가는 열쇠가 된다. 원자의 질량만 늘려주면서도 기존의 이론을 헤치지 않기 위해서는 중성이어야만 한다. 중성이 되면 원자핵 주변을 움직일 때 전자기력으로 구속할 수 없으므로 원자핵의 구성요소여만 한다. 채드윅이 중성의 선(ray)를 발견하면서 물질 속에 중성인 입자가 들어있다는 것을 실험적으로 밝혔으므로 위와 같이 가정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지금까지도 맞는 가정이라고 여겨지고 있다.
     
  3. Who ordered that?
     여기까지만 하고 끝난다면 헤피엔딩일 수도 있다. 원자를 이루는 구성요소들이 무엇인지를 알아내었고, 원자번호 = 양성자의 갯수이고, 에너지준위와 오비탈마다 전자가 들어갈 수 있는 상태의 갯수가 다르기 때문에 주기율표상의 규칙성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밝혀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당시 사람들은 원자핵을 도입할 때 부터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떻게 양성자들이 서로를 밀어내지 않고 그리 가까운 거리에 뭉쳐있을 수 있는가? 전자기력은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므로 이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유카와는 양성자들을 붙잡아 두는 새로운 힘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그 힘이 미치는 영역이 핵의 크기정도 될것이라는 가정을 통해 그 힘을 매개하는 새로운 입자를 예상했다. 원자의 새로운 구성요소가 필요해진 것이다. 후에 우주선(cosmic ray) 검출실험을 통해 유카와가 예측한 것과 동일한 특징을  가지는 입자가 발견되면서 그의 이론은 힘을 얻는다. 그 후 계속된 우주선 검출실험에서 물리학계는 혼란에 빠지게 된다. 너무나도 많은 새로운 입자들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특별히 전자와 똑같은 성질을 가지고 질량만 다른 뮤온의 발견에 대해 물리학자 Rabi는 "Who ordered that?"이라는 명언을 남긴다. 도대체 뮤온은 무슨 역할을 하기 위해서 존재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원자를 이루고 우주를 구성하는 데에는 쓸모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수 십가지나 되는 입자들이 새롭게 발견되면서 그것들을 정리하기 위한 노력이 시작되었다.  입자들의 붕괴와 반응과정을 살펴보면서 가능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일어나지 않는 반응과 실제로 일어나는 반응을 정리하였고, 입자들을 분류할 수 있었다. 또한 붕괴가 일어나는 시간의 스케일이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는 것이 밝혀졌다. 10의 -23승정도와 10의 -10승 정도로 두개로 나누어 졌는데(이것은 사실 매우 큰 차이다) 이 두가지를 다른 힘에 의한 반응이라고 생각하였다. 전자가 강력, 후자가 약력이라고 알려져있다. 겔만은 이 과정에서 쿼크모델을 제시하게 된다. 그 모델에 따라 주기율표 저리가라 할 정도로 새롭게 발견된 입자들을 잘 정리했고, 질량과 스핀, parity등이 발견된 입자들과 잘 일치했다. 쿼크모델은 당시 바리온과 메존으로 분류되었던 입자들을 아름답도록 정리할 수 있었고, 그 정리만으로도 옳은 이론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후에 입자가속기에서 이루어진 충돌실험을 통해 쿼크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이 간접적으로 확인되었고, 그 질량도 측정할 수 있었다. 또한 양자역학을 특수상대론적인 영역까지 확대한 양자장론에서 예측한 힘을 매개하는 입자들(W+-, Z, gluon)도 발견되었다. 1990년대에 이르러서는 top쿼크까지 발견되기에 이른다.
     비로소 우주를 구성하는 입자들을 Gauge boson( W+-, Z, gamma, gluon), Quark, Lepton 세 가지의 종류로 나눌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입자들의 종류와 그 입자들의 상호작용에 대한 이론을 표준모형(Standard Model)이라고 부른다.

     
  4. 물질을 이루는 입자들을 발견하는 과정에서는 이론과 실험이 계속해서 상호작용하게 된다. 가정과 확인의 끊임없는 연속이다. 이는 현재의 입자물리학 실험에서도 역시 이루어지고 있다. 2013년 노벨물리학상이 힉스입자 발견으로 인해 힉스와 프랑코스에게 돌아갔다. 지금은 표준모형에서 설명하지 못하는 것들을 설명할 수 있는 새로운 입자들을 발견하기 위해 노력중이다. 어떤 새로운 입자가 발견될지 상당히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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